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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예술혼 깃든작품 돌려주세요` 전시회 도록 제작중 15점 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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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댓글 0건 조회 2,075회 작성일 07-09-09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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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2000/01/26일자 기사

`40년 예술혼 깃든작품 돌려주세요` 서예계의 재야 벽천 이규남씨,
<회화서예> 독창적세계 개척 전시회 도록 제작중 15점 분실


"저의 삶과 열정이 담긴 작품을 돌려만 주십시오."

한 중견 서예가가 전시회를 앞두고 자신의 인생과 예술혼이 고스란히 담긴 작품들을 잃어버렸다. 이 작품들은 부산시청에서 개최될 "3.1절 경축기념전"에 전시될 것들이어서 자칫 부산시 차원의 전시회가 무산될 우려마저 낳고 있다.

"서예계의 재야"로도 불리는 벽천 이규남씨(58)는 지난 19일 도록을 제작하기 위해 부산 부산진구 범천동 모 스튜디오에 작품 15점을 맡겼다. 그러나 스튜디오 주인 손모씨가 작품을 촬영한 필름을 슬라이드로 제작하기 위해 부산 동구 초량동 모 현상소에 갔다가 이들 작품을 잃어버렸다. 손씨가 현상소에 잠시 들른 사이 승용차 안에 두었던 작품들이 감쪽같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잃어버린 작품들은 제가 10여년 전부터 시도하고 있는 "회화 서예"의 독특한 경지를 보여주는 것들입니다. 이 작품을 얻기 위해 흘린 땀과 찢어버린 종이가 강과 산을 이룰 정도입니다.돌려만 준다면 다른 어떤 것도 묻지 않겠습니다."

그는 지난 40년간 초대전 2회와 개인전 13회를 가지면서 자신만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10년 전부터는 흑백만의 조화를 강조하는 서예작품에 푸르고 붉은 색을 입혀 생명을 불어넣는 "회화서예"의 새로운 영역을 창조, 이 분야에 몰입해 오고 있다.

이번에 분실한 작품 역시 이 회화서예의 완성물들.

"기존의 서예작품이 흑백의 대비를 통해 세상을 보여주는 것이라면 저의 회화서예는 흑으로 드러나는 문자를 형상화하고 백으로 표현되는 여백에 색깔을 입혀 글에 담긴 의미를 이야기로 풀어가는 형식입니다."

이같은 파격적인 기법과 그동안 단 한차례도 공모전에 출품하지 않는 "예술적 고집"때문에 "야당"으로 불리면서도 "일반인들이 서예작품에서도 예술적인 감동을 받게 하겠다"는 일념으로 고된 길을 걸어왔다.

"작품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그 동안 제가 이뤄낸 회화서예의 경지와 예술세계를 일반인들에게 보여줄 기회를 잃는 것이 안타깝고 답답할 뿐입니다.이런 열정과 영감을 다시 표현해 낼 수 있을 지..."

자신의 분신을 잃어버린 그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연락처=(743)2131.016(517)9733. 김수진기자 kscii@pusa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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